프랑스

파리 4일차 베르사유(Versailles)

배흘림 2018. 11. 3. 22:02


화려함의 극치 그러나 웬지 씁쓸했던 베르사유

(2018. 8. 7)


3주간의 유럽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베르사유로 향했고

다음날 일찍 파리 드골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므로

밤에는 짐을 꾸려야 해서 낮 일정만 잡았다.


숙소에서 베르사유로 가는 기차인 Per-C노선의 Javel역까지는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라 편리했다.(기차요금은 왕복 3.8유로)


베르사유 역에 도착하니 열차에서 쏟아지는 인파가 심상치 않았고

기차에서 내린 모두가 베르사유를 향해 가는데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졸지에 시위군중에 떠밀려 가는 찰리 채플린의 데자뷰였다. 





다름광장의 루이 14세 기마상


원래 베르사유는 루이 13세가 사냥을 위한 별궁으로 쓰던 곳인데

17세기 중반에 루이 14세가 파리 루브르 궁에 싫증을 느껴 지은 대규모 궁전이다.


아무리 유럽을 지배했던 절대왕정의 시기였고 왕권이 강했다지만

 자신의 거처가 싫다고 대규모 공사를 감행할 수 있었다는 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의아스러운 부분이다.







당시 수많은 유럽의 왕들이 베르사유를 모방해서 궁전을 지었다니

당시를 살아가던 평민, 백성들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된다.

결국 유럽에서는 왕과 귀족들의 사치가 혁명을 불렀고 공화정이 탄생한다.






창살로 된 문을 통과하면 가벼운 가방검사를 받게 되고 들어서면

바로 명예의 뜰을 만나게 되는데 이는 곧 긴 기다림과의 만남이기도 하다.






어느 누가 그랬다.-베르사유에서는 3시간의 기다림은 기본이라고

그런데 정말 그랬다.


우린 정확히 뱀꼬리처럼 긴 줄의 끝에서부터 3시간 만에 입구에 도달했다.

물론 8월의 뜨거운 땡볕이 내리쬐는 광장에서......


역할 분담을 해서 난 티켓 구매 줄에 섰는데 역시 1시간 이상 걸렸고

우리는 날이 더워서 정원은 포기하고 궁전만을 구경했다.(18유로)






궁전에 입장하면 오디오 가이드(입장료에 포함)를 나눠주는데

이어폰은 각자 개인이 챙겨가야 하며 만약 이어폰이 없으면

오디오 가이드를 귀에 대고 들으면 된다.





얼핏 보면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는 성당의 구조와 비슷하다.









궁전은 일방통행식이라 동선을 따라 걸으며 감상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크고 화려한 건물에 화장실이 없다.

고귀한 사람들이라 배설을 하지 않고 살았을까?


사실 화장실이 매표소 건물에 있는데 칸이 몇 개 없어서 역시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고 궁전 안으로 들어가야 정원 쪽에 큰 화장실이 있다.

















































침실

요즘 유럽인들의 체구를 생각하면 침대가 매우 작은 편이다.

하지만 15,16세기 스페인 사람들의 평균 신장이 150cm였다니 수긍이 간다.





베르사유의 백미라고 불리며 호화로움이 극에 달하는 거울의 방 입구


옛날에는 후추, 소금, 향신료 등이 매우 고가였듯이

당시에는 유리가 매우 비싼 물건이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고가인 유리가 큰 방을 휘감고 있고


천장에는 도금과 벽화로 장식되어 있으며

화려한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다.







3일 동안에 걸쳐 루브르 박물관의 나폴레옹관에 이어 오페라 가르니에,

베르사유까지 보게 되니 호화로움 만을 추구했던 건축물에서

당시 왕족과 귀족들의 탐욕과 천박함이 엿보여 씁쓸했다.


반면 당시의 민중들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보여주듯

굶주림에 허덕였고 기아로 죽어가고 있었으니

혁명은 필연이고 당위였을 것이다.


민중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호화로운 베르사유에서

민중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 최고 권력도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고

아무리 거대한 권력이라도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두웠던 중세에서 탈출하며 인본주의를 외치던

르네상스 예술에서 희열을 느꼈었는데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물론 조상을 잘 둔 덕에 후손들이 엄청난 관광수입을

벌어 들이는 것은 두나라 모두 같지만 말이다. ㅎㅎ






금년 여름은 전 세계가 폭염에 시달렸고 파리 역시 비켜가지 못했는데

베르사유 내부에는 냉방장치가 없는지 실내가 무척 더웠다.


유럽은 우리와는 다르게 여름이 건조하다지만 유물을 보존하자면

온도와 습도 조절은 필수일 텐데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관광객 수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에서 말이다.

   

















사실 베르사유는 정원의 광대함과 기하학적 양식의 배치가 볼 만하다는데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광장에서 3시간 이상을 서 있어서 지친 데다

숙소로 돌아가서 짐을 꾸려야 하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해

그저 궁전의 창문으로 내다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정원 입구에서 쓰~윽 한 번 보고 아쉬움을 접고 되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