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ABC 트레킹 닷새 째날 / ABC 도착 후 하산 데우랄리까지

배흘림 2018. 4. 21. 13:49



고봉들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준 설경

(2018. 3. 7)

안나푸르나 남봉(7219m)


아침에 일어나니 전날 내린 함박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다.

서울이었다면 빙판길이 될까봐 노심초사일텐데

여긴 그저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역시 아침에는 마차푸차레와 가벼운 인사로 시작 


마차푸차레(Machapuchare)물고기 꼬리라는 뜻,

영어로는 Fish's Tail 이라 부른다.


마차푸차레는 해발 6993m로 히말라야에서는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하지만

 독특한 생김새를 지녀 네팔인들로부터 신성시 여겨지고 있고

네팔정부는 어느 누구에게도 등산을 허용하지 않는다.






아침에 먹은 구릉브레드

이것도 세번 정도 먹으니 질린다.


아무 여행지 어디서나 잘 먹는 편인인데 불구하고

너무 단조로운 메뉴에 서서히 지겨워졌다.


메뉴를 고를 때 선택의 폭이 좁아서인지...

그러나 메뉴판에는 그득한데 딱히 먹을 게 없다.

일행들은 거의 하루에 한 번은 라면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난 라면을 기피하니 더욱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MBC에서는 현지인들은 물론 트레커들에게도 참차캔 등을 포함해

모든 고기류를 팔지도 않고 설령 가져 갔더라도 먹을 수 없단다.

그래서 더욱 MBC와 ABC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마차푸차레 게스트하우스(MBC)에서 8시 40분경 출발


히말라야는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며 인도 북쪽부터

중앙아시아 남쪽까지 동서로 2400Km를 길게 연결하는 산맥이다.


산스크리트어로 히마(Hima)는 '눈'을 알라야(alaya)는 '사는 곳'이니

히말라야는 "눈이 사는 곳'이란 말이고 즉 만년설이란 의미라고 한다.






히말라야산맥은 하나였던 대륙이 갈라져 이동하면서

인도오스트레일리아대륙판과 유라시아대륙판이 충돌해 생성됐다.


히말라야산맥은 대륙판과 대륙판이 만나 생긴 습곡산맥이다.

반면 남미의 안데스산맥은 해양판과 대륙판이 만나 생긴

화산산맥으로 지금도 화산활동이 맹렬히 진행 중이다.






한참 ABC를 목적지로 올라가는데 머리 위로 헬리콥터가 날아 다녔다.

우리 상식에는 헬기가 뜨면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를 먼저 떠올리는데

알고보니 스키어들을 산 정상에 내려주는 비행이었다.


가이드 얘기로는 평소에는 눈이 많지 않아

스키를 탈 수 없는데 전날 눈이 많이 내려서 가능하단다.


실제로 가이드들이 사진을 열심히 찍기에

 '맨날 다니는 사람들이 왜 그리 많이 찍냐'고 물었더니

자기네들도 이런 설경을 쉽게 만나지 못한다면서

그래서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다고 했다.






활강을 마친 스키어들이 모두 모이면 헬리콥터가 날아와 수거(?)해 갔다.


헬기에서 내린 스키어들은 아래까지 스키를 타고 내려 오는데

7천m급에서 내려오니 우선 고산증 증세가 없어야 될 것이고

스키실력도 최최상급자코스를 탈 정도로 뛰어나야 될 것이다.

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을테니 부자들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안나푸르나 남봉 (Annapurna South / 7219m)


안나푸르나는 '풍요의 여신'이란 뜻이라는데 안나푸르나 남봉은

오히려 어깨 근육이 잘 발달된 위풍당당한 남성 느낌이 든다.


가이드한테 안나푸르나의 어원에 대해 좀 더 깊게 들었는데

다녀온지 한 달 이상이 지나니 큰 틀 외에는 가물가물하다.





아이 셋을 동반한 일가족 다섯명이 하산 중인데

배낭 크기로 봐서는 포터를 고용했겠지만

복장이나 신발이 동네 뒷산 소풍가는 듯했다.






MBC에서  ABC까지는 해발고도를 430m 올리는 거지만

경사가 완만해 큰 어려움 없이 도착했다. (10:00)


고산증이 없으니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지만

고산증을 겪는 트레커들은 고생을 많이 하는 듯했다.






선블록을 바르고 있으니 여행사를 통해서 온 분이 그걸 왜 바르냐고 물었다.

해발고도가 높으면 자외선이 강하고 눈에서 반사되는 자외선은 더 강해서

선그라스와 선크림은 필수라고 했더니 그럼 조금만 써도 되냐고 물었다.


빌려주기는 했지만 대형여행사가 모객을 하면서 기본적인 준비물도

고지를 안한 건지? 아니면 무시했던지?  무모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헬기가 계속 오갔다.

그래서 무슨 환자가 이리 많을까? 했는데

헬기타고 ABC롯지에 내리는 손쉽게 하는 투어란다.


정확하는 기억나지 않는데 5인기준 250만원 정도?

1인당 50만원이면 생각외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ABC 롯지에는 10시 20분경 도착했다.

안나푸르나 3봉(7555m)과  건다루바출리(6248m)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두시간 가량 머물던 중

가장 날씨가 좋았을 때의 마차푸차레




'눈의 산'이라는 뜻의 히운출리(6441m)





안나푸르나 1봉(8091m)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1봉의 왼쪽과 남봉과의

사이에는 12개의 봉우리라는 뜻을 지닌 바르시카가 있다.




사자산이라는 뜻의 싱어출리(6499m)

텐트피크라는 봉우리도 있다는데 잘 모르겠다.


아래에는 눈이 녹아 흘러 내리며 만들어진

골짜기가 긴 손톱으로 할퀸 생채기처럼 선명하다.


잘은 모르지만 혹시 지구온난화로 인해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진 지구의 흉터가 아닐까?





건다루바출리(6248m)

건다루바출리는 네팔에는 126개의 민족이 있는데

그중 하나의 민족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오후가 되니 역시 서서히 구름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 친구들은 현지인들로 보이는데 스노보드를 들고 걸어 올라가고 있다.

페루 이카사막에서도 여행자들은 버기카 타고 올라가서 샌드보딩을 즐길 때

현지인들은 힘겹게 보드를 들고 올라가 타고 내려오더니

여기에서도 같은 장면을 보다니 고생이 많네


요즘 한국에는 돈 많고 천박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버르장머리 없이 자라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굴다가 궁지에 몰리는 못된 것들이 많은데....ㅉㅉ






ABC에서 위로 조금 올라가면 2011년 안나푸르나 남벽에 코리안루트를 개척하다가

실종된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대원, 강기석 대원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마침 함께 한 일행 중 한 명이 경북산악연맹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었다는데

막상 그 자리에 서니 예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착잡함이 묻어 나왔다.





세 분의 추모비 옆에는 산을 사랑했던 지현옥 씨의 추모비도 있다.

지현옥 씨는 1999년 안나푸르나 정상 등정 후 하산하다 실종됐다.

이 추모비는 그녀가 실종된지 무려 18년만인 2017년에 설치됐다.







추모비 옆에 나부끼는 네팔 깃발을 보니 만장처럼 느껴졌다.

네 분 모두 그리고 산에서 숨진 산악인들의 명복을 빈다.


이제 베이스캠프에서 점심을 먹은 뒤에는 하산을 시작해야 되는데

보통 산에 가면 항상 정상을 딛고 와야만 하는 습성이 밴 종족들이라

뭔가 허전하고 더구나 육안으로는 7천, 8천m 고봉들이 손에 잡힐 듯,

몇 발자국만 걸어 오르면 곧 도달할 듯 만만해 보이기까지 했다.


 


추모비 앞에서 내려다 본 ABC와 마차푸차레, 건다루바출리, 안나푸르나 3봉





탁재형 PD가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 보내왔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에서는

안나푸르나 남봉과 1봉, 3봉은 볼 수 있지만 2봉과 4봉은 볼 수 없다.






ABC 게스트하우스 사장은 오랜 한국생활로 우리말이 매우 유창했다.

그래서인지 라면을 한국사람들 기호에 딱 맞게 끓일 줄 안다.

우리 일행들은 신라면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트레킹 중 최고의 라면으로 손꼽았다.


그러나 난 또 달밧...지겨운데 양도 많다.

나도 라면이나 먹을 걸......후회막심이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아 내리막길로 접어든다.-탁 PD 사진(13:15)

내려갈 때는 구름이 끼기 시작했고 간밤에 왔던 눈은

따사로운 햇볕 덕에 이미 많이 녹아 있었다.





우리가 전날 묵었던 마차푸차레 Shankar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14:10)

여기서 기다리고 있던 포터들과 함께 하산을 시작했다. (14:50)






당시에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사진으로 보니 대단한 협곡이다.






전날에는 함박눈이 내려서 그저 앞만 보고 걸었는데 내려갈 때보니 조망이 훌륭하다.






데우랄리 게스트하우스 도착(16:10)

우리가 묵었던 롯지 중 가장 후졌던 것으로 기억


산에서는 가급적 하루에 고도를 1000m이상 높이지 말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올라갈 때 가이드가 데우랄리를 지나쳐

1100m를 올려 굳이 MBC 까지 가자고 했던 이유를 알 듯하다.


저녁은 옆방에 묵었던 젊은 한국인 부부가 준 전투식량으로 해결했다.

오랫만에 먹어봤는데 마침 롯지 음식이 식상할 때여서 맛있게 잘 먹었다.

난 아무것도 줄 게 없었는데 그의 아내가 고산증 증세가 있다고 해서

남미 페루에서 구입해서 상비용으로 가져왔던 소로체필 3정을 그들에게 줬다.


사실 산이나 외국에서 타인에게 약을 주거나 받는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서로 신뢰가 쌓였고 무엇보다도 고산증 증세가 나타난다기에 전해줬는데

아무쪼록 효과가 있었기를 즐거운 산행이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