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ABC 트레킹 둘째 날 / 톨카에서 란드룩, 지누단다 거쳐 촘롱까지

배흘림 2018. 4. 16. 16:07



톨카에서 란드룩까지는 룰루랄라, 지누단다에서 촘롱까지는 고행길

(2018. 3. 4)


톨카(Tolkha)의 이름이 거창한 인터내셔널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을 맞았다.

2층 방을 나오니 '눈의 산'이란 뜻을 지녔다는 히운출리(6,441m)가

이름처럼 흰 눈을 덮고 맞아 주는데 아침이 상쾌했다.






설산을 대하니 히말라야의 품에 들어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그러나 히운출리는 뭐가 그리 수줍은지 아무리 기다려도

흰구름을 히잡처럼 머리에 두르고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건녀편 산 중턱에 있는 간드룩은 밤에는 화려한 조명이

우리나라 대형 리조트 못지 않다는 느낌이 들더니

아침에 보니 그저 산간 마을처럼 소박해 보였다.


실제로 간드룩(Ghandruk)은 히말라야 마을 중에서

롯지도 많고 화려한 편이라고 한다.






우리는 기상 6시, 아침밥 7시, 출발은 8시에 하는

6,7,8 이란 원칙을 정해 움직였다.


2일째 일정은 해발 1,700m인 톨카에서 란드룩(Landruk)을 지나

1,340m인 뉴브릿지까지 내려 갔다가 지누단다(1,760m)를

거쳐 2,170m인 촘롱까지 올라가는 코스다.






아침으로는 네팔 전통빵인 구릉브레드에 꿀을 발라 먹었다.

이름에 구릉이 들어가니 원래는 구릉족이 먹던 빵이 아니었을까?

크기는 접시의 반 정도인데 먹다가 뒤늦게 찍어서 반도 안 남았다.


빵과 함께 우리의 빈대떡과 똑같은 음식이 함께 나왔고

계란프라이는 추가로 주문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출발 후 20여분을 걷다 뒤돌아 보니 톨카마을이

벌써 저만큼 멀어져 있고 내겐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겨졌다.




 


푸른하늘과 구름, 설산과 어우러진 다랭이밭 풍경이 그림이다.





50분쯤 걸려 란드룩(Landruk /1,640m)에 도착했다.(08: 50)


우리 일행들은 여유로운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어서

쉴 때는 차를 마시거나 가볍게 맥주 한 잔 정도를 즐겼다.


그래서 휴식시간이 항상 많은 편으로 이곳에서도 30여분을 지체했는데

휴식은 5분~10분으로 짧게하는 평소 내 산행스타일과는 다른 팀원들이었다.






란드룩에서 만난 아이로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담고

모델료 대신 주려고 배낭을 뒤지니 뭐가 궁금한지 내려다 봤다.


아무래도 사탕이나 쵸코렛보다는 치아에는 에너지바가 좋을 듯

근데 손가락으로 보여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촘롱과 간드룩의 갈림길에서 베틀을 짜는 아주머니

역시 앉아서만 일을 해서인지 두리둥실하시다.





작은 폭포도 만나고

어두워서 자연스레 ND필터 효과까지....





좀 오래된 듯 보이는 나무로 만든 흔들다리도 만나고










잠시 뉴브리지(New Bridge)까지는 계곡을 끼고 걷는다.

이때 높이는 해발 1,500m 정도였다.






뉴브리지 (1,340m)에서는 잠시 쉬는데 하와이 교포란 노인이 다가와서

몇마디 대화를 나눴는데 미국에서 보는 한반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는 둥

극우 태극기부대 냄새가 진동을 해서 대충 대화를 마무리 하고 보내 버렸다.






철로 만든 다리도 건넜는데 아마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다.

아마 이런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낡은 나무다리가 있었겠지

아니면 한참동안 멀리 돌아서 갔을테지......






산 꼭대기에 보이는 마을이 촘롱(Chhomrong)으로 매우 가까운 듯 보이는데

실제로는 지누단다부터 돌계단 고행을 거쳐야만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뉴브리지에서 지누단다로 한 시간쯤 가서 잠시 쉬고 간 구멍가게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쉬어 간 듯 구멍가게라고

쓰여진 글씨가 있고 산악회의 리본들도 붙어 있었다.






이집의 딸들인데 놀다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능숙하게 포즈를 취해줬다.

그런데 어쩌면 트레커들은 곧 이 아리따운 아이들을 못 볼 수도......






사진상 분홍색 점이 양쪽 산의 허리를 잇는 다리신축공사 현장이다.

만약 새로운 다리가 놓여 진다면 계곡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하는

수고로움과 시간이 줄어들게 돼 등산시간이 30분은 단축될 것이라 한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되겠지만 구멍가게는 동선 상

트레킹을 하는 이들이 지나갈 수 없는 위치에 있어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내려와서 계곡을 건너 다시 올라가야만 한다. (탁재형 PD 사진)





내려왔으니 다시 오르는 건 인지상정 (탁PD 사진)






다랭이밭의 푸르름이 그저...마냥 좋다.

물론 농부님들의 고단함의 산물이겠지만 말이다.







계곡을 건너니 다리신축공사장이 보이고

우리가 조금 전에 들렀던 구멍가게도 보인다.






점심을 먹은 지누단다(Jhinudanda)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12:40)

지도에는 지누단다가 해발 1,760m라고 표기돼 있는데

스마트폰 고도계는 비슷한 1,720m라고 알려줬다.

위에도 게스트하우스가 있으니 기준점이 다를 수도......







지누단다의 이 집은 피자가 맛있다.

진짜로 화덕에 구워 이태리식 피자를 내 놓는다.


그러나 피자는 잘 알아보고 주문을 해야 한다.

왜냐? 피자를 주문하면 무려 1시간 30분 이상 걸리니까...

갈 길은 먼데 10분이면 뚝딱해치울 피자 한 판을 1시간 30분이나 기다렸다.

우리는 밀가루 반죽 아니 밀가루 사러 포카라에 갔냐고 농담했을 정도로 기다렸다.






길을 가다 가끔 만났는데 마을에 공로가 있거나

기념할 만한 인물일 경우 이런 기념비를 세운다고 한다.






네팔이 남미와 흡사하다고 느꼈는데

이 돌계단은 잉카의 석축기술과 같은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서양 사람들 만찬도 아니고 점심에 2시간을 쉬고 다시 촘롱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니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올려 놓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아주 누워서 시원스레 쉬는구만

쉬더라도 포터들이 짐을 놓을 공간은 남겨 둬야지!!!

(탁PD 사진)





지누단다에서 촘롱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돌계단 오르막의 연속이었다.

꾸준한 산행을 했기에 남들보다는 쉬이 올랐으나 나 역시 힘든 산행이었다.

트레킹 일정 중에 포터가 우리보다 늦게 도착한 유일한 날이기도......





롯지가 예뻐서 여기서 자냐고 물으니 뒷집이라고......ㅋㅋ






촘롱(Chhomrong)의 우리 가이드들 단골집 롯지에 도착(16:00)


촘롱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와이파이 이용료로 100루피를 받았다.

더 위로 올라가면 200루피를 받고 MBC에서는 300루피나 받았다.

와이파이 좀 쓰는데 300루피(한화 3천원)면 너무 지나친 감이 든다.

와이파이는 공유기만 설치해두면 따로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데

굳이 유료화 하는 것은 서비스정신이 없는 지나친 상술이라 여겨졌다.


문제는 유료인데도 신호가 약해 접속이 어렵고 4~5명이 동시 접속하면

사용불능인데 주인장은 전혀 미안해 하는 구석 없이 여유만만이었다.

이런 얄팍한 상술로 게스트하우스들은 트레커들로부터 떼돈을 번다고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고 네팔에 가면 네팔법을 따라야 하는가?

요즘에는 어느 나라에 가던지 호텔과 음식점을 이용하면 와이파이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사소한 것들이 누적되면 외면당할 지 모른다.

실제로 무슨 이유인지 근래 일본인들의 방문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나와 함께 한 일행들은 대체로 만족해 했지만 난 이런 점들이 마땅치 않아

네팔에 두 번 갈 비용으로 차라리 남미에 한 번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ABC트레킹은 여러 경로의 등산로가 있는데

모든 등산로가 이곳 촘롱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그래서 촘롱이 트레킹하면서 만나는 마을 중에서

가장 큰 마을이고 촘롱에는 큰(?) 슈퍼도 있다.






개들은 우리 곁에서 세상 모르고 잠을 자고......

그러다 침입자 개가 나타나자 세마리가 합세해 싸우는데 살벌했다.






롯지 입구에서 악세사리와 기념품 등을 파시는 인상 좋은 아저씨

촛대꽃이를 대,소 각 1개 씩 1,000루피와 500루피에 구입했는데

하산 후 포카라에서 똑 같은 것을 700루피와 500루피에 팔았다.

그래도 작은 것은 비싸지 않게 샀으니 다행이라 여기며......ㅎㅎ






저녁으로 힘든 산행을 했다며 서로 격려하며 먹은 닭백숙 & 김치찌게


롯지 2층에서 자는데 새벽 3시쯤에 툭툭 소리가 났다.

잠을 깨 둘러보니 비가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잠시 후 장대비가 쏟아지더니 이윽고 우박으로 바뀌었고

정전인지 아니면 누전차단기를 내린 건지 암흑세계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