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칠레 위조지폐와 산티아고 중앙시장

배흘림 2018. 6. 2. 13:51



택시기사한테 당한 위조지폐 사기

(2018. 1. 7)


산티아고의 일요일은 유럽식 생활패턴인지 여행자거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았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우리나라 노량진시장과 비슷하다는

Mercado Central(중앙시장)이었다.






시장에 들어가자마자 여기저기 호객행위가 낯선 이방인의 혼을 쏙 빼놨다.

나이 지긋한 웨이터에 이끌려 자리를 잡고 둘러보니 지역 명소인지

일요일을 맞아 현지인들이 가족단위로 많이 온 듯했다.






Augusto(8월)이란 식당으로 규모가 매우 컸고

지붕의 철골구조가 특이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이했던 것은 서빙하는 이들이었다.

젊은이도 있지만 주로 장년, 노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붉은 색 티셔츠와 앞치마를 유니폼으로 입고 일을 하는데

신선하면서 전문성이 느껴져 신뢰감도 있고 보기 좋았다.







테이블마다 클럽처럼 담당웨이터가 정해져 있는 듯했고

이 아저씨가 우리 테이블을 담당했었다.






주문한 음식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데 둘 다 해산물을 이용한 음식이었고

이 두가지와 생맥주 5백 cc 두 잔에 18,000(30달러)페소가 나왔고

팁 포함 20,000페소를 지불했으니 저렴한 식당은 아니었다.



점심을 먹고 기억과 인권박물관에 가려고 중앙시장을 나왔다.

중앙시장 앞에는 몇 대의 택시가 줄지어 서 있었고

난 당연히 오래 기다렸을 맨 앞의 택시를 타려 했었다.


그런데 중간에 있던 놈이 손을 흔들며 호객행위를 하니까

꽃님이 그 차를 타자고 했고 그건 아닌데 하며 얼떨결에 택시에 올랐다.

꽃님은 젊은 놈이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그랬다고......


출발하자마자 기사놈이 스페인어를 할 수 있냐고 물었는데

못한다고 하니 아마 그때 우릴 표적으로 삼은 듯하다.


일단 기사 놈의 첫 인상부터 썩 마음에 들지 않았고

기어 스틱에 손을 올려 놓고 미터기를 가리는 게 수상했다.


그래서 맵스미앱을 켜고 길을 돌아가는지를 확인하면서

혹시 미터기를 조작하지는 않는지도 계속 살폈다.





La Moneda Palace (모네다궁전 / 대통령궁)


모네다궁전 앞을 지날때는 살바도르 아옌데 전대통령을

슬쩍 언급했더니 기분이 좋은지 으쓱하기도 했다.


그래서 칠레 발전의 자긍심과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도

가진 듯 보여 잠시 그놈을 좋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건 내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산티아고의 택시는 기본요금이 300페소(6백원)부터 시작하는데

기본요금이 싼 대신에 요금은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우린 목적지인 기억과 인권박물관에 도착했고

미터기에는 요금이 18,000 페소(30달러)나 찍혀 있었다.




〈그 놈한테 받은 칠레 2만 페소 위조지폐〉


분명 미터기를 조작햇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데

싸울 수도 없어서 2만 페소짜리 지폐를 건넸다.


그런데 이 놈이 내가 준 돈이 위폐라며 돌려줬다.

이상했지만 돌려받고 다시 2만페소 짜리를 건네니 이것 역시 위폐란다.

택시 뒷자리에서 둘이서 봤는데도 바꿔치기 하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그 녀석이 바꿔치기 한 거라고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

칠레 돈이 없다고 하니 달러로 달라고 해서 지불하고 내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위조지폐일리 없었으니

경찰서로 가자고 했으면 그 놈의 반응이 어땠을까?


무척 궁금하다. 순순히 내려줬을까?

아니면 내려주지 않고 차를 달려 해코지를 하려 했을까?


아무리 우리가 여행자라 해도 우린 두 명이고

대낮이었으니 납치를 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Museo de la Memoria y Los Derechos Humanos (기억과 인권박물관)

기억과 인권박물관은 무료입장이지만 사진은 촬영금지였다.



칠레는 1970년 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선출했는데

이는 남미 최초로 민주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국가가 탄생한 것이었다.


후 다른 남미국가들에게 미칠 영향이 두려웠던

미국은 1973년 피노체트를 지원해서 쿠테타를 성공시켰고

피노체트는 정권을 잡은 후 군사독재시절 고문과 납치 등으로 악명이 높았다.


억과 인권박물관은 악랄했던 독재자 피노체트의 악행을

기록하여 국민과 후손들에게 아픈 역사를 돌아보고

되풀이하지 않으려 만든 인권박물관이다.


피노체트는1989년 국민투표에서 재집권에 실패해

16년 만에 권좌에서 내려왔다.



기억과 인권박물관에서는 생각이 온통 위조지폐 건에

매몰돼서 집중력을 잃어 전시물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전날 환전한 돈 전부가 위폐일지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들었다.


서둘러 돌아가려고 박물관을 나와 Quinta Normal 지하철역으로 갔다.

충전카드를 구입해야 하는데 헤매다가 청원경찰(?)로 보이는

년에게 물어보니 자동화기기에서는 할 수 없으니

하차역에 가서 구입하라고 알려줬다.

(카드충전은 1,500페소)


Plaza de Armas 역에서 내려 출구의 매표소로 가서

혹시 하는 마음에 그놈한테 받은 2만페소 짜리를 건네니

역무원은 후레쉬로 홀로그램을 비춰 보더니 위폐라고 했다.


역무원은 전화를 했고 잠시 후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다.

사실 난 경찰을 불러주길 바랐는데 인상좋은 민간책임자가 나타났다.


짧은 영어와 번역기를 이용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아르마스광장 주변 상가에서 환전을 했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그런데 친절하던 책임자도 미안하다면서

여기까지만 도와줄 수 있으니 그냥 가라고 했고

결과적으로 지하철을 무임승차한 꼴이 됐다.


지하철 역으로 가는 도중에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주민이 DSLR 카메라를 가리키며 조심하라면서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잘 살펴 보면서 다니란다.


주민들에게 조심하라는 당부를 받은 게 벌써 몇 번째 ?

도대체 치안이 얼마나 나쁘면 가는 곳마다 주민들이 그럴까?






난 환전을 할 때면 길거리나 허접한 곳은 피하고

항상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점포에서만 환전을 한다.


아르마스 역에서 나오자 마자 전날 환전했던 곳을 찾아갔다.

다른 집은 달러당 600페소를 주는데 이집은 605페소를 주기에

이용했는데 조금의 이익을 보려다가 크게 당했구나 자책하며 찾아갔다.


환전소는 마침 퇴근하려고 우리더러 다른 곳에서 환전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어제 환전을 했는데 너네가 준 돈이 위조지폐라고 언성을 높였더니

사장인 듯한 사람이 "Taxi cambio?" 라고 말했고 그 순간 내 머리는 하얘졌다.


아! 그놈한테 당한거였구나 바로 그 자리에서 그들에서 거듭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호텔로 돌아와 세이프티 박스에 두고 간 지폐를 확인하니 모두 진짜 지폐여서

안도와 함께 왜 택시기사놈을 전혀 의심하지 못했는지 자책감이 들었다.


호텔 앞으로 나가 대기 중인 택시기사와 번역기를 동원해 물어봤는데

1만 페소 지폐를 흔들며 그 구간은 1만 페소 정도 나올 거리라고 했다.


난 점잖은 기사분한테 이런 사건이 자주 발생하면 칠레 산티아고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니 그런 놈은 꼭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1만페소에 갈 수 있는 거리를 80달러의 손해를 본 셈이고

그놈은 관광객이 많은 곳에 대기하며 여행자를 대상으로

똑같은 수법의 범죄를 앞으로도 저지를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검색해 보니 현지인들도 밤 늦은 시간에

택시를 타면 거스름 돈을 위폐로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