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울산바위

배흘림 2017. 5. 11. 14:31

 

 

등산로가 안전하고 새롭게 정비된 울산바위

(2016. 10. 15)

 

울산바위

 

울산바위는 조물주가 금강산에 일만이천 봉우리를 만들기 위해

전국의 바위들을 불러 모은다는 소식을 들은 울산에 있던 바위가

금강산으로 가던 중 날이 저물어 설악산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됐다.

 

다음 날 금강산에 이미 일만이천 봉우리가 완성됐다는 소식을 들은

울산바위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 가자니 너무 창피해서 하룻밤을 보낸

아름다운 설악산 지금의 자리에 살게 되었다는 설화를 가지고 있다.

 

소설가 이병주 선생은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는데

이 허무맹랑한 얘기 속에는 큰 바위의 위엄과 설악산의 미를 좀 더 확장시키고픈

사람들에게 내재된 의지가 설화로 남게 된 것은 아닐까?

 

 

 

 

한여름 지독히도 더웠던 열기 탓이었는지 2016년의 단풍은 썩 아름답지 않았다.

그토록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방태산의 단풍도 그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으니까......

 

 

 

 

울산바위에는 1991년과 1990년대 후반에 이어 거의 이십여년 만에 오르는 길이었다.

그동안 설악산 등산은 가끔 했지만 설악산에는 많은 등산코스가 있어서

실제 울산바위코스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아니 거의 관심 밖의 등산코스였다.

 

그런데 옛날 경사도가 거의 60~70도로 무시무시했던

철난간을 해체하고 새루트를 만들었다기에 궁금해서 다시 찾았다.

 

그 철난간은 흔들거리기도 해서 상당한 공포심을 유발했는데

리지를 타는 꽃님도 가끔 그 때를 회상하면 자신도 당시 무서웠었노라 말하곤 한다.

 

 

그런데 당시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던 어떤 청년이 친구의 꾐(?)에 빠져

울산바위 정상까지는 어떻게 올랐는데 하산길이 문제였다.

 

자신이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는지도 몰랐는지

다 큰 청년이 거의 울먹이며 내려가질 못하고 서 있었다.

결국 친구와 우리가 앞 뒤로 에워싸고 안심시켜가며 어린 아이처럼

한계단 한계단 조심스럽게 내 딛게 하여 겨우 안착시켰던 기억이 새롭다.

 

 

 

계조암 석굴

신라 진덕여왕 6년(652년) 자장율사가 건랍한 굴 속의 암자

 

 

 

 

 

 

흔들바위

아이들 뿐 아니라 모든 여행자들이 좋은 추억을 담아 갈 수 있는 명소

요즘엔 수학여행 코스가 다양해졌지만 예전 경주와 설악산이 주코스였을 때

수학여행 오면 한 번 쯤 밀어봤던, 때론 밀어서 떨어뜨려 보겠다고 용쓰던 추억의 흔들바위 되겠심다.

 

 

 

바위 모양이 특이해서......그냥

 

 

 

울산바위 정상에 이르는 길은 잘 만들어진 철제 난간과 계단으로 안전하게 오를 수 있고

평소 산행을 즐겨 해왔던 이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모든 길이 그렇듯 초보자나 노약자들에게는 매우 힘든 길이다.

 

 

 

 

 

 

 

 

 

 

 

 

 

드디어 울산바위 정상에 섰다.

예전에는 정상에서 팔찌, 목걸이 등에 이름을 새겨 파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대명콘도

지금은 델피노인가 뭐로 이름이 바뀌었다는데 암튼 여기를 홍보해 주려는 게 아니라

1990년대 어느 겨울 콘도에서 숙박하고 아침에 커튼을 젖혔을 때의 그 감동을 잊지 못해서이다.

 

당시 울산바위에는 눈이 쌓여 있었는데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가 울산바위와 눈을 붉게 비쳐줘서

그 광경을 혼자보기 아까워 식구들을 깨워 함께 감상했는데 지금까지도 멋진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옅은 해무가 덮힌 동해

 

 

 

 

 

 

 

 

 

 

 

 

 

정상의 바위에서 쉬는데 다람쥐가 노골적으로 먹을 것을 내 놓으라는 시늉을 했다.

글쎄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암튼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내가 제법 큰 과자 조각을 줬더니 처음에는 과자가 커서인지 자꾸 떨어 뜨리고

들기 부담스러워 하더니 재주껏 들고서 이내 어디론가 잽싸게 사라졌다.

 

이제 녀석이 큰거 확보했기에 오늘 장사를 끝냈나 보다 아쉬워 하고 있었는데

어느 틈에 다시 나타나 구걸(?)을 재개했다.

 

그런데 분명 다람쥐 사진을 찎었었는데 너무 오래 방치해서

어느 구석에다 저장을 했는지 도무지 찾을 길이 없어 무척 아쉽다.

 

 

 

거대한 낙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