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오랫만의 지리산 천왕봉 등산

배흘림 2019. 10. 11. 14:41




아내 덕에 오른 지리산 천왕봉

(2019. 10. 05 토요일)


지리산 종주를 여러차례, 부분산행도 여러번에 걸쳐 했지만

마지막 지리산행을 한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언젠가부터 왕복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원거리 산행보다는 동네 뒷산을 속보로 걷는 편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날 아내가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작년 한라산과 설악산 대청봉 등정에 이어 지리산 천왕봉에도 발을 디뎌보고 싶다고......


처음에는 직장동료이자 후배들과 함께 하기로 했으나

여인네들이 약속을 쉽게 하더니 쉽게 깨버렸다.

결국 내가 구원투수로 나서 가이드 겸 포터역할을 자청할 수 밖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마침 지역산악회에서 중산리~천왕봉 구간을 왕복하는 상품이 있어서 서둘러 예약을 마쳤다

게다가 1인 요금이 25,000원으로 매우 저렴한데다

집 부근 버스정류장에서 승,하차까지 가능하니 최적의 선택이었다.







동네 버스정류장에서 6시 45분에 출발한 버스는 중산리탐방안내소에 10시 50분경에 도착했고

혼자라면 칼바위를 향했겠지만 아내의 체력을 고려해 순두류까지 가는 버스를 이용했다.


버스는 3,2Km 구간을 오르는데 약 8분 정도 소요됐고 요금은 2천원이었다.

중산리탐방안내소의 해발고도가 630m이고  순두류가 910m 가량이니

 3.2Km의 거리와 약 280m의 높이를 네 바퀴로 쉽게 오른 셈이었다.

또한 순두류에서는 약1천미터를 오르면 1915m의 천왕봉을 만날 수 있다.










순두류에서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생태탐방로 입구 (11시 22분)





두 군데의 출렁다리도 건너고......






순두류를 출발한 지 1시간 10여분 만에 로타리대피소 (12시 38분 / 해발1,350m)를 통과했다.

지금까지는 워밍업이었고 로타리대피소부터 천왕봉까지의 2,1Km 구간은 조금 힘든 구간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는 중산리탐방안내소부터 칼바위를 거쳐 로타리대피소까지

3.4Km에 2시간 10분이 걸린다니 1시간이 절약됐고 그만큼 체력도 비축된 셈이다.






오래 전 대피소라 부르지 않고 산장이라 부를 때는 공단에서 운영하지 않고

개인이 운영했었는데 1박 이용료가  5백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나무를 때는 난로로 난방을 했었으니 내겐 그저 추억으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1박에 13,000원이니 세월의 흐름이 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법계사 일주문

지리산 산행을 수차례했으면서도 법계사에는 들른 적이 없다.

다른 산에서는 거의 절에 들렀다 가곤하는데

아직 법계사와는 인연이 없다.


법계사를 들르기 위해서라도 한 번은 더 천왕봉 산행을 해야할까 보다.






백두산에서 시작한 백두대간이 남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혈기왕성한 모습을 잃어버리고

백두대간의 남쪽 끄트머리 중산리에 오면 둥글둥글한 늙은 지형의 산의 모습을 가진다.


그래서인지 지리산을 어머니의 품같다라고 말들하지만

개인적으로 산으로서의 매력은 설악산보다는 덜하다고 여기고 있다.








개선문 (13시 40분 / 해발 1,700m)

개선문부터 천왕봉까지 남은 거리는 8백m인데

고도를 215m나 올려야 하니 등산로가 만만치 않음을 예고한다.





천왕샘

지리산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풍부한 수량이다.

겨울만 아니라면 500ml 수통 하나만 들고 다녀도 물병이 바닥날 쯤이면

샘이 나타나곤하니 배낭의 무게를 줄일 수 있어 지리산행 최고의 장점이다.







중산리에서 천왕봉으로 가는 가는 등산로는

여러 등산로 중 가장 짧은 길이기에 힘든 구간이기도 하다.










천왕봉의 상징(?) 고사목들이 보이기 시작함에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슴믈 알고 마지막 힘을 내서 올랐다.






가장 힘든 된비알의 시작점으로 오래 전에 오를 때는 너덜지대도 아니면서

끄럽고 매우 힘든 구간이었는데 나마 나무데크를 설치해 놔서 조금은 도움이 됐다.





이 분은 혼자 오셨는데 힘이 많이 드셨는지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는 걸까?"

"계속 더 올라야 할까?"

고민을 하사는 듯......









얼핏보면 설악의 용아장성이나 서북주릉처럼 보이기도.......





드디어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 올랐다.(14시 25분)

아내와 하이파이브를 하니 처음 본 아주머니가

자기도 처음 올랐다면서 하이파이를 하잔다. ㅎㅎ 






태풍이 지나가서 맑은 날씨를 기대했건만

일기예보는 오전에는 잔뜩 흐리다가 오후에 잠시 갠다고 했다.


오르는 내내 흐리던 날씨가 천왕봉에 오니 그나마 시야가 확보되면서

엉덩이 같은 반야봉도 뚜렸하게 보이고 노고단도 희미하게 보여 다행이었다.

약 30분 정도 정상에 머무르다 내려가는데 다시 정상으로 운해가 몰려가고 있었다.










하산은 올랐을 때의 역순으로 내려왔다.

로타리대피소에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어느덧 4시,

순두류에서는 5시에 버스가 출발하니 서둘러야 했다.


순두류에 도착하니 17시 02분, 17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스쳐가는 찰라 버스가 슬며시 다가왔다.


아내의 쳬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게다가 버스 맨 뒷자리에는 딱 한 자리의 좌석까지 남아 있으니

비록 짧은 시간이라도 앉아 갈 수 있는 작은 행운까지 누렸다.






중산리탐방안내소에 도착하니 18시 출발 시간까지 50여분 여유가 생겨

표고버섯오징어파전(15,000원)을 곁들여 동동주(9천원)를 마셨다.


18시 30분경 출발, 22시 30분경에 버스에서 내렸고 콩나물국밥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순두류에서 천왕봉까지 왕복산행에는 점심 포함 5시간 40분이 소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