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전북 임실 구담마을

배흘림 2016. 7. 8. 23:16




매화가 화려한 광양 다압마을과는 다르게 고졸한 구담마을

(2016. 3. 25)


작년 가을 구담마을에 들렀을 때 마을 분들로부터 봄에 매화가 필 무렵이면

또 다른 구담마을을 볼 수 있다기에 염두에 뒀다가 봄을 맞아 다시 찾았다.

 


여행은 봄에 했으면서 포스팅은 한여름 장마철에 하려니

잔잔한 감성마저의 상실을 미세한 기억으로 더듬어가려 한다.


 



구담마을의 당산나무 앞 둔덕에서는 아름다운 물굽이가 내려다 보이는데

이 일대는 이광모 감독의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주무대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시절"은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했고 당시 평단에서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18년이 지난 영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6·25 전쟁 후  지배자로 남은 미군과

가난한 마을사람들과의 슬프고 비뚤어진 소재를 담담하게 그려냈던 영화다.

 

특히 이광모 감독이 강변과 방아간 장면들에서

롱샷과 롱테이크 기법을 많이 사용했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다.





조망이 좋아 전망대로 손색이 없고 동행과 정담을 나누는 쉼터로도 제격인 곳이다.




구담정(龜潭亭)

구담마을의 본래 이름은 ‘안담울’이었으나 마을 앞을 흐르는 섬진강에 ‘자라’가 많아서 구담이라 했고

또 달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이 강줄기에 아홉 군데의 소가 있어 구담(九潭)이라 불렀다고 한다.




구담마을 전경


구담마을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뽑은 "2015 봄꽃나들이 가기 좋은 농촌 체험마을 10선"에 선정되었다.

또한 구담마을은 덕치마을, 천담마을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10곳"에도 선정된 마을이다.


그동안 오지로 남아 있던 구담마을이 이처럼 뒤늦게 각광을 받는 이유는

빼어나지는 않지만 산과 물이 어우러져 호젓하고 소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동안 개발붐에서 밀려나 있었던 것이 오히려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유지하여 전화위복으로 나타난 결과라 생각된다.





한 켠에는 구담마을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진메마을에 살고 계시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의 시비도 놓여 있다.






사실 작년 가을에 마을 분들에게 들었을 때는 광양 다압마을처럼

구담마을의 매화도 화려하고 지천에 널렸으리라 예상하고 갔다.





그러나 실제 구담마을의 매화는 주인공이 아니라 아직 동토인

강과 들에  봄이 왔슴을 알려주는 그저 소품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도 이미 몇 번에 걸쳐 다압마을의 화려한 매화를 봐서인지

고졸한 맛의 구담마을과 얼기설기 피어난 매화가 어우러져 나름 매력이 있었다.





참 어느 누가 매화를 보고 팝콘같다고 했는지.......

현대적 감각이 발휘된 절묘한 비유라 생각된다.




홍매





마을 분들이 아니고 단체로 꽃구경 오신 분들인데 꽃구경은 잠시.......

그리고 봄나물 캐기에 여념이 없으셨다.


역시 직업 정신이 투철한 대한민국의 할매, 아낙들이시다. ㅎㅎ




매화에 포커스를 맟춰서......




이번엔 징검다리에 포커스를 맟춰서......




구담정과 정자나무 그리고 매화





노부부가 돌다리 위에서 한참을 재미나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평균 장년, 노년부부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작은 다리 위에는 임실군과 이웃인 전북 순창군 과의 경계선이 그려져 있다.






한지를 만드는 닥나무 삶던 솥


예부터 덕치면은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가 많아 품질 좋은 한지가 유명했던 고장이다.

지금은 사양길이지만 아직도 인근의 몇 몇 분들은 가내수공업으로 한지의 명맥을 잇고 계신다 한다.




너벙바위


강 언덕에 대형 솥을 만들어 놓고 닥나무를 삶아 껍질을 벗긴 후 너벙바위에 걸쳐놓고

이물질이 빠질 때까지 방망이로 두들기고 물에 헹구어 원색의 종이 원료를 만들어 냈다.


다른 지역은 물에 철분이 많아 백지색깔을 내기가 어려운데  반해

이곳 회문산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은 맑고 깨끗하여 한지가 제 빛깔을 냈다고 한다.




솟대?





매실을 수확하기 위한 매화나무 밭인데 내겐 수려한 소나무가 더 끌린다.

작년 구담마을 방문시에도 마을 곳곳의 소나무를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곤 했었다.






어느 농장인가? 민박집인가?

아뭏든 번득이는 재치에 한 번 웃고 간다.

아니 안 싸고는 못 베겨서 영역을 침범했노라 싸고 나왔다. ㅋㅋ





구담마을 부녀회에서 판매하는 매실장아찌로 만원? 만이천원?

이것마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꽃님이 시중보다 싸다고 해서

두 병을 사서 한 병은 처가로 보내고 아직도 간간이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