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페루 리마 미라플로레스 케네디공원과 성당

배흘림 2018. 2. 10. 18:36



케네디공원과 Virgen Milagrosa Parish 성당

(2017. 12. 26)


인천공항 출발 거의 20시간 가까운 비행과 LA공항 대기시간까지 합쳐

꼬박 24시간이 지나 26일 오전 1시 경에 페루 리마공항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여 방을 배정받으니 26일 새벽 3시

분명 26시간 지났건만 겨우 12시간 밖에 안 늙었다.

잠시 눈을 붙이고 8시에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갔다.


우린 공짜밥(숙박비에 포함돼 있으니 공짜밥은 아님)은 사양하지 않는 편이고

잘 먹고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시차적응에 지름길일 듯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피곤함이 덜 느껴져서 의아했다. 아마 첫 일정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으리라.


처음 간 곳은 미리 예정해 둔 케네디공원이었다.

케네디공원은 우리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어서 산책삼고

권투에서 상대선수에게 잽을 넣듯 대충의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정한 곳이었다.




라루차 샌드위치


케네디공원에 가는 길에 블로거들이 소개해서 낯익은 가게가 눈에 들어왔는데

TV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출연자들이 샌드위치를 먹었다는 가게였다.


라루차 샌드위치는 페루 리마 여러 곳에 체인점이 있다는데 유독 이 점포가

우리나라 TV 프로그램에 소개되고서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소문이다.


지나가는데 종업원과 눈이 마주치자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아채고 어설픈 한국말로

뭐라 하는데 난 관심도 없었고 연예인들이 들러서 유명해진 집은 싫어하니까 통과~~


예전에 60세 가까이 된 어떤 아지매가 식당에서 1박 2일 프로그램 출연자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야 한다며 전속력으로 달리는 걸 보고 TV에 매몰된 모습에 가엾고 씁쓸한 생각을 했었으니





샌드위치 가게앞 골목에는 체스판이 그려진 탁자와 의자들이 여럿 놓여 있어서 이채로웠는데

리마시에서 설치한 것인지 라루차샌드위치 가게에서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보기 좋았다.


페루의 수도인 리마시는 페루 전체 인구의 3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대도시인데

미라플로레스 지역은 아름다운 해변(태평양)에 접해 있는 리마의 신도시다.


미라플로레스(Mira Flores)는 "꽃을 보는"이란 뜻으로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여행자들이 많은 지역이다.


페루에는 특이하게 관광경찰제도가 있는데 미라플로레스 안에서는

많은 관광경찰들이 보였었고 실제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정돼 있다고 한다.


미라플로레스에는 대형쇼핑몰과 호텔 등이 즐비하고 유명식당들도 많고

사랑의 공원(Parque del Amor) 등 편의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서

구시가지인 센트로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이 친구들 사뭇 진지하다.

평일 오전 11시도 안 된 시각인데

뭐 하는 청년들일까? 내기 체스게임일까?

축구에 열광하는 모습만 상상해서인지 이채롭다.





큰 눈망울로 슬쩍 상대방의 수도 한 번쯤 읽어보고

우리네 바둑, 장기 아니 고스톱판에서처럼......






이내 고양이천국이라는 케네디공원으로 들어갔다.

집에서도 고양이를 기르기에 관심과 호기심이 발동했는데

고양이들이 잠 잘 시간이어서인지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구글에서 가져온 이미지


공원에 설치된 케네디의 흉상으로 분명히 카메라에 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구글에서 다른 분의 사진을 차용했다.


케네디공원은 미국의 John F. Kennedy 대통령이 방문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고양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였다.





이곳 고양이들이 우리네 길냥이들과 다른 점은 이곳 고양이들은 주민들의 보살핌을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것에 찬,반이 팽팽한 편인데 페루 리마의 정서는 모르겠다.

다만 남미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는 동물을 더 아끼고 사랑해 주는 것만은 확실했다.





크리스마스 때라 예수탄생 장면을 만들어 놓은 것일텐데 왼쪽은 흑인이다.

이후 남미의 성당들을 다녀보면 가끔 검은 예수님과 인디오 모습의 예수를 볼 수 있었다.





동남아에 가면 더워서인지 잘 못 먹어서인지 개나 고양이들 모두 홀쭉한데

이곳의 고양이들은 보살핌을 잘 받아서인지 우리네 고양이들과 비슷하다.





희한하게도 이곳을 떠나 남미를 여행하는 내내 고양들을 더 이상 본 기억이 없다.

물론 잠깐 스치기는 했을지 몰라도 거리에는 주인과 산책하는 개들과 유기견들로 넘쳐났다.






케네디공원 바로 옆에는 Virgen Milagrosa Parish 성당이 있어서 들어가 봤다.

사실 남미도 유럽만큼은 아니더라도 성당순례가 여행에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굳이 잘 알려지지 않은 성당까지 찾아 다닐 필요는 없겠지만

때론 의외로 작은 성당에서 큰 즐거움을 얻기도 한다.





성당의 파사드는 크게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면서 정갈해 보이며

다섯 성인 중 우측 아래 자리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몰라도 비어 있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니 결코 규모가 작지 않은 성당이었다.

성당 안은 성당의 이름처럼 단정한 처녀의 모습처럼 보였다.






화려한 조각과 문양으로 장식된 성당에서는 신앙보다는 예술적 가치에 치중하게 되는데

이 성당은 은은한 조명으로 담백함이 가득해서 무신론자인 내게도 다가오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남미의 오래된 성당들과 달리 이곳 성모님은 순박한 알프스의 소녀처럼 보인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곳은 성당 옆 건물로 기억되는데 건물이 상당히 고색창연해서

박물관인줄 알고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상담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바로 리마시청이었다.

어쩐지 경비원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