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님의 고향이자 큰집이 있는 여주 화련
정선에서 곤드레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은후 행선지를 정하는데 꽃님이 우긴다.
꼭 여주엘 들러야한단다.
큰아버지가 위독하시니 돌아가시기전에 한 번 찾아 뵈어야 한다고 한다.
나 역시 이 부분에서는 할 말이 많다.
운전 초짜 시절 할머니가 곧 돌아가실것 같다고 해서 밤 늦은 시간 힘들게 찾아가면 살아나신다.
한번은 장례 중에 살아나신 적도 있다.
이러기를 세번 되풀이 했으니 유전적으로 큰아버지도 쉽게 가실 분이 아니니 다음에 가자고 우긴다.
그래도 살아 계실때 뵙는게 예의라고 우기는 통에 지고 말았다.
큰 댁에 들어서니 죽음의 그림자는 저만치 가고 오히려 잔치 분위기가 난다.
언제나 사람 좋은 큰형님은 농장에서 오리 주물럭을 사다가 집에 온 손님들에게 푸짐하게 먹이신다.
잠깐 들러 인사나 하고 가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형님이 자꾸 옆에 앉으라고 권하니 만사가 다 틀린 분위기다.
이 분위기에서 거절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밤에 나오면 꽃님의 심사가 뒤틀릴 것은 뻔한 이치...
쉽게 가자
지고 살자
결국 퍼 마셨다.
형님은 원샷, 나이스샷
나는 반샷, 안전샷
막판에 형님이 살짝 취한 모습을 보이신다.
환갑의 나이니 어쩔수 없는가 보다.
신혼여행 후 인사차 들렀을때 형님과의 술자리는 전설이 되었다.
조반을 먹고 집으로 오려는데 아침부터 해장술이라고 소주를 권하셨다.
여주읍으로 가려니 수리를 맡겨놓은 트랙터를 찾아와야 한다며 같이 가자고 하신다.
이때까지만해도 형님의 주량을 몰랐다.
여주읍에 도착하니 한 잔 더하고 가라고 하신다.
결국 여주 신륵사 부근까지 갔다가 버스터미널 부근에서 마감했다.
무려 12시간 동안 술을 마신 셈이다.
비몽사몽 서울 사글세 방에 도착했는데 형님 걱정이 됐다.
나중에 들었는데 그 밤에 차로도 30분 걸리는 거리를 트랙터를 몰고 집까지 가셨다니 놀랄 경지다.
옆사람에게 술은 권하시지만 절대 취하지 않으시고 점잖게 드시는 형님 그대는 정말 주신이십니다.
이 녀석은 형님의 손녀인데 같이 살고 있습니다.
만 두 돌이 지났는데 재롱이 9단입니다.
이 녀석의 큰 장점은 울음이 없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얘가 우는것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얘의 할아버지 즉 큰형님께서 장난이 조금 오버하다가 그만 모서리에 꽝 찧고 말았는데 드디어 울더군요.
그것도 잠시 뚝 하고선 할아버지와 잘 놉니다.
이런 애들만 있다면 유아원은 거저 먹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