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 마라톤대회-꽃보다 님의 10Km 얼렁뚱땅 완주기
(2008. 5. 5)
제 4회 양천마라톤대회가 목동운동장 길 건너 안양천에서 열렸습니다.
작년에 이어 우리 부부는 두번째로 참가하였습니다.
종목은 하프, 10Km, 5Km 이렇게 세종목인데 저희는 10Km 부문에 참가했습니다.
작년에도 아내는 5Km를 완주한 바 있고, 12월 부천대회에서도 5Km를 완주한바 있습니다.
물론 5Km 부문은 칲을 사용하지 않기에 본인 스스로 시간을 재지 않으면 기록을 알 수 없습니다만
대략30분 정도에 골인했으리라 추측됩니다.
3월 어느날 청소년회관에서 검도를 마치고 탈의실을 막 나오는데
열쇠 카운터 위에 양천마라톤 홍보 리플랫이 놓여 있었습니다.
대회 참가차 멀리도 가는데 동네에서 열리는 행사인데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신청을 했습니다.
참가 종목을 하프에 신청해 놓고 페이스를 서서히 끌어올리던
어느날 불현듯 꽃보다 님(이하 꽃님)과 함께 달리고 싶은 욕망이 꿈틀했습니다.
그래 꼬시자!
꼬셔 버리자!
작전 돌입 "여보, 이번 10Km는 봉달이가 썼던 고글을 준대."
사용하고 있는 고글이 있지만 여자들은 역시 악세사리에 약한지라 바로 관심을 보입니다.
고글 미끼로 반은 넘어 왔는데 10Km 라는 거리에 자신없어 합니다.
사실 40 중반에 더군다나 여성으로서 10Km 처음 도전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한 달 이상 남았고 내가 옆에서 도와줄테니 연습하면 충분할거야" 하고 도장받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단 한번도 10Km는 커녕 1m도 달려보지 못하고 주로에 서는 불행을 맞게 됩니다.
대회 한 달 남은 4월 5일 아내가 당직근무라서
오전에 혼자 12Km 정도를 러닝하고 저녁에 외출하고 집에 돌아오니
도적놈이 침범해서 카메라 장비 일체를 모두다 가져가고
제게는 울분만 남겨주고 갔습니다.
얼마나 분통이 터지는지, 모든게 허무하고 귀찮았습니다.
마라톤 준비는 저 멀리 던져 버리고 카메라 생각만 했습니다.
평소 주말이면 12~15Km 내외의 연습을 하던 저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꽃님에게는 문제였습니다.
대회 접수 마감일은 다가오고- 내가 종목을 바꿔 꽃님 옆에서 같이 달려야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사무국에 연락해서 10Km로 바꿔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무사히 골인하는 꽃보다 님의 여유있는 모습입니다만 속으로는 헬렐레 입니다.
드디어 5월 5일 어린이날에 걸맞게 화창한 날씨가 대회 분위기를 더욱 붇돋아 줍니다.
주로에는 가벼운 런닝으로 몸을 푸는 사람, 스트레칭하는 사람 등 열기가 뜨겁습니다.
나름대로 작전을 세웠습니다.
하프 주자를 보내고 출발선 가까이에 서자.
뒤에서 출발하면 출발선까지 걸어서 2분은 걸리니까 그거라도 벌 요량이었습니다.
물론 칲이야 출발선을 통과하는 시점부터 기록을 재지만 처음부터 꼴찌로 뛰기는 싫었습니다.
어차피 1시간 10분 짜리 개인 페이스메이커가 되기로 작정하고 Km당 6분 30초로 페이스를 조절했습니다.
후미에 출발한 주자들이 우리를 무수히 추월해 나갔습니다.
그 주자들에게 조금은 미안했습니다.
저도 타 대회에서 느린 주자들이 좁은 주로를 막고 뛸때면 추월에 애를 먹었던 경험이 많으니까요.
2Km를 지나 신정인도교를 건널때에 지역구 의원인 원희룡 의원이 우리를 추월해 갑니다.
옆에는 용왕산마라톤클럽 회원이 같이 달리고 있습니다.
원의원도 용클회원입니다.
4Km 조금 넘어까지 목표 페이스로 잘 달렸는데 꽃님의 걸음이 갑자기 멈춰 섭니다.
걱정스럽습니다.
5Km 까지만 가면 음수대가 있으니 조금 참고 가보자고 했으나
저 더러 먼저 가라고 합니다.
불안하지만 계속 곁에 있는 것도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몇가지 당부하고 (귀에 들렸을지 모르지만) 홀로 뛰어 나갑니다.
우리를 추월했던 달림이들을 뒤로하고 계속 나가니 원희룡 의원이 앞에 보입니다.
원의원도 제끼고 멀리 전남 화순에서 오신 고인돌 마라톤 홍보 주자들도 앞지릅니다.
5K를 대략 32분에 통과했으니 평소보다 7분 정도 늦은 기록입니다.
어차피 늦은거 1시간 내로만 들어가자고 목표를 수정합니다.
56분 54초에 통과!
물 한 잔 마시고 나니 슬슬 꽃님 걱정이 됩니다.
생수를 한 병 들고 오던 길을 되돌아 500m 정도 가니 예상보다 빠르게 꽃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때 하프 선두와 2,3위가 힘차게 뛰어옵니다.
다시 골인 지점을 향해 꽃님과 나란히 달리면서 "당신이 여자 하프 1등이야"하고
외치니 옆에 응원하던 목동클럽 회원들이 재밌다고 웃으면서 맞다고 맞장구를 쳐 줍니다.
달림이들은 주로에서만큼은 서로 격려하고 힘을 주는것이 보기에 좋습니다.
드디어 생애 최초 10Km 완주
1시간 6분 41초
축하해!!!
위 두 장면은 2007년 12월에 열린 부천마라톤대회 5Km 부문에서 역주하는 꽃님의 모습입니다.
다음날 퇴근후 저녁을 먹는데 꽃님 왈 내년에는 하프에 나가겠다고 합니다.
달리기의 묘미를 알아 가는 듯 해서 좋고 주로의 동반자가 생겨서 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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