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에서 민망한 일을 당하다
(2008. 10. 4)
어김없이 산행 전날 배낭을 꾸린다.
장비와 옷 등을 넣으며 물론 스틱도 챙긴다.
그런데 산행보다는 사진에 비중을 두다 보니 카메라 장비의 무게가 부담스럽다.
"까짓거 뭐! 민둥산 쯤이야."하고
스틱을 제외한다.
이 생각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아킬레스건을 잡았다.
속초 출장때 청간정에서 메모리가 없었을때 느꼈던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사물들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사건이었다.
평소에 조심성이 많아 운전도 산행도 안전 제일주의였는데 참담하다.
더군다나 산악회의 가이드로 후미대장이 부상을 당했으니 회장이하 회원들께 면목이 없다.
오지 중의 오지 정선에서 화전민들이 궁핍한 생활에 나물이라도 캘 요량으로
불을 낸 산이 이름마저도 민둥산이 되고 이제는 가을 억새 명산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을 했으니
모든 것을 아끼고 키우고 공을 들인다면 만물들이 다 제값어치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분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다.
외모가 무척이나 화려하지만 보기와는 달리 대가족의 살림을 하는 분이고
가족들이 외식을 싫어할 정도로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산에도 많은 반찬을 해와서 여러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