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코에서 라파스까지 그리고 미 텔레페리코
텔레페리코에서 라파스를, 전망대에서는 야경을 보다
(2018. 1. 1)
2017년의 마지막 밤에 쿠스코 아르마스광장에서 잊지 못할
신년맞이 후 불과 두 시간 정도 자고 쿠스코공항으로 출발했다.
라파스로 가는 항공편은 7시 50분 출발이라 공항에 일찍 도착했건만
라파스의 기상이 좋지 못해 2시간 이상 늦은 10시에 출발했다.
호텔에서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고 조식을 주지 않아 대기시간에
공항 커피숖에서 빵과 커피로 아침을 해결했다. (33솔 /11,000원)
며칠 동안 볼거리가 많고 이동시간도 길어 레스토랑에 갈 시간이 없어서
매 끼니를 간단하게 때우다 보니 예상 외로 페루 Sol 이 많이 남았다.
페루 솔을 볼리비아에 가서 볼리비아노로 바꾸면 손실이 크기에
꽃님에게 공항에서 쇼핑을 제안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재벌도 아닌 내가 돈 쓸 곳을 찾아 다닌다니 소가 웃을 일이지만
유기농커피점을 발견, 구입했는데 돈을 쓸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D'WASI 는 꽤 알려진 브랜드고 맛도 좋았다.
커피는 250g 짜리 1봉지에 25솔이었고 4봉을 구입했는데
97 Sol(33,000원)로 무지 어렵게(?) 3솔 할인 받았다.
라파스로 가는 비행기에는 우리 외에도 한국인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중 젊은 청년이 다가와 몹시 힘든 기색으로 고산증 약을 달라고 했다.
우리도 소로체필이 비상용으로 보관 중인 3정 밖에 없어 나눠줄 수 없어
청년을 앉혀두고 구입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봐 주겠다고 약속했다.
몇군데 가게를 뒤져 고산증 약을 파는 슈퍼마켓을 찾았고
청년을 데려다 주니 두통이 심한지 짐을 아무데나 팽개치고 갔다.
고산증이 심해 괴로워서 남미란 사실조차 망각한 모양이었다.
청년의 짐을 맡아주고 약을 먹을 수 있도록까지만 도와줬는데
약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라파스 공항에 도착하니 먼저 인사를 해왔다.
드디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공항인 엘 알토 공항에 도착 (12시)
볼리비아 독립에 지대한 공헌을 한 볼리바르에게 국부 칭호를 부여하고
나라 이름도 볼리바르를 기념하여 볼리비아로 정한 나라,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도의 수도를 지닌 볼리비아에 왔다. 그리고 도시명이 평화인 라파스(LAPAZ / Peace)에 서있다.
쿠스코에서 라파스까지 실제 비행시간은 1시간이지만
1시간의 시차가 있어서 2시간이 걸린 듯한 착시현상이 나타났다.
라파스 공항에서 남은 페루돈을 볼리비아 돈으로 환전을 했다.
페루 350 Sol을 달러로 환산하면 109달러 / 1달러는 6.9Bs이니
755볼을 받아야 하지만 실제수령액은 652 Bs이었다.
결국 103볼을 덜 받았고 13%의 손해를 본 셈이다.
귀찮더라도 환전을 소액으로 자주 하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방법임을 깨닫게 됐다.
비자는 한국에서 발급받으면 무료고 바로 입국수속을 밟지만
라파스공항에서 비자를 발급 받으면 95달러를 내야 한다.
물론 지방에 사시는 분들은 하루의 시간을 내야 하고
왕복교통비를 감안하면 현지비자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다만 남미의 느긋한 행정처리와 기다리는 일행의 눈총은 감수해야 한다.
공항에 도착해서 스마트폰 고도계를 보니 4058m가 찍혀 있다.
라파스의 엘 알토 공항은 해발 4000m, 빈민지역은 무려 4150m,
시내 중심가인 센트로는 해발 3600m, 소나수르는 해발 3200m 에 있다.
이처럼 라파스는 해발 고도가 거의 1000m 차이가 나는 도시인데
가난한 이들은 높은 곳에 거주하며 부촌인 소나수르는 낮은 곳에 있다.
통상 빈민들의 거주지라는 엘 알토 지역은 라파스의 위성도시인데
실제로는 경계를 알 수 없었고 고지대일수록 가난한 사람들의 거주지다.
엘 알토 공항에 도착하면 많은 사람들에게서 고산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럴 때 택시기사가 호객을 해서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많다고 하며
때로는 가는 도중에 원치 않아도 합승을 하고 강도로 돌변하기도 한다니
조심 또 조심 조심만이 살길이다.
엘 알토 공항에서 센트로로 가는 도중
가이드가 잠시 차를 세워 라파스 시내도 조망하고
사진촬영할 시간을 줬는데 듣던대로 분지로 형성된 도시였다.
라파스 시내를 내려다 보는데 여행 중에 꼭 타려는
-우리는 케이블카라 부르는 텔레페리코가 보였다.
텔레페리코는 빨강, 노랑, 녹색 노선 등 세 개 노선이 운행 중인데
고지대에 사는 빈민들을 위해 설치했고 몇 개 노선을 더 늘린다고 한다.
지하철을 놓을 수 없는 라파스가 처한 현실에서 고육지책이라 할 만하다.
운임은 1회 탑승에 3 Bol로 5백원이 안되는 저렴한 금액이지만
빈민들 중에는 그것도 부담스러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니 씁쓸하다.
라파스의 빈민들은 대부분 원주민이고 고지대에서 살아간다.
반면 부유층은 백인들이 많고 상대적으로 저지대에 거주한다.
텔레페리코를 건설할 때 낮은 곳의 백인들을 중심으로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그것은 빈민들에게 이동의 편의성을 제공하면 자신들의 터전이 침해받을 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는데 어느 나라나 천박한 혐오는 존재하는가 보다.
호텔에 도착(14:20)해서 점심을 먹으려는데 마침 1월 1일이라
호텔 레스토랑이 영업을 하지 않았고 주변 대부분 식당들도 문을 닫았다.
잔머리를 돌려 어차피 텔리페리코를 타려면 소나수르에 가야 하고
라파스의 중산층과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소나수르 지역은
문화가 조금 다르다니 식당들이 영업을 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택시를 타고 소나수르 산미겔까지 갔다.(택시비 25 Bol)
그러나 라파스에서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의 청담동쯤 된다는
소나수르 산 미겔에도 식당들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역시 휴일 특히 크리스마스나 신년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곳에서 짧은 생각을 가지고 접근했으니 ㅉㅉ
겨우 Vairlla 레스토랑을 찾아 Trucha Cajun (송어 / 50볼)과
Beef Jack Danie(58볼)를 먹었다. (음료수 포함 127 Bol / 19,000원)
아침을 쿠스코 공항에서 간단하게 먹은데다 오후 5시니 배도 고팠고
텔레페리코를 타고 전망대까지 다녀 오려면 시간도 부족해 허겁지겁 먹었다.
1월 1일 신년 휴일이어선지 탑승객들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바이니야 식당을 나와 텔레페리코 Irpawi (Irpavi)역으로 가는데
맵스미 앱을 열었지만 초행길이라 방향감각이 무뎌져 헤맸다.
지나가는 젊은 여성 현지인한테 물었더니 유창한 영어로 친절하게 알려줬다.
센트로에서는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던데 역시 소나수르는 또 다른 라파스였다.
동승한 텔레페리코에서 젊은 부부에게 사진촬영을 허락받고
스마트폰으로 가족을 찍었는데 쿵할 때 담아서 흔들렸다.
Irpawi (Irpavi)역은 녹색 노선이고 전망대로 가려고
Liberator(Chuqi Apu)역에서 노랑 노선으로 갈아탔다.
텔레페리코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텔레페리코가 움직이자마자 이런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무지 우리가 상상하는 도시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원색의 자연, 날것 그대로의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오후 늦은 시간에 날이 흐려 더욱 그랬겠지만
라파스의 색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볼리비아 관공서에서는 집의 지붕이 완성되면
준공이 된 것으로 간주하고 세금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볼리비아 사람들 중에는 세금을 회피하려
일부러 지붕을 마무리하지 않고 사는 이들도 있다니
남미는 알면 알수록 독특한 문화와 사회시스템을 가졌다.
이런 험준한 곳에도 사람이 사는 건지?
사람이 사는 곳에 이런 조형물이 있는 건지?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라파스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토질이 약해서
우기에는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고 인명피해가 나기도 하는데
우리도 그렇듯 피해는 거의 서민들의 몫일 것이다.
라파스에서는 보기 힘들던 녹지가 잘 가꿔진 것으로 봐서
라파스에 단 하나 있다는 골프장이 아닐까?
시내에서는 몇 군데의 축구장도 볼 수 있었다.
세상에 해발 3천m 대에 축구장이라니......
하기사 조깅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ㅎㅎ
만년설을 이고 있는 일리마니산 (Illimani Mt / 6480m)
이때까지만 해도 페루에서 불과 몇 개의 설산을 보고 와서인지
그리고 대도시에서 눈에 덮여 있는 산을 봐서인지 그저 신기했다.
사진이 비록 흔들렸지만 압도적인 모습에 업로드
Qhana Pata (Mirador) 역에 도착해 출구 우측에 있는 전망대로 가니
급경사라 계단도 산길처럼 헤어핀 커브로 만들어졌다.
목적은 라파스의 야경을 찍으러 올라 간 것인데 위로는 텔리페리코의
케이블이 지나가고 무었보다도 위치가 한적하고 인적이 없어
동양인 부부가 야경을 찍기에는 너무 위험해 보였다
그래서 역 좌측으로 옮겨가니 작은 공원이 있고 젊은 연인들과
춤을 연습하는 팀이 있어 조금 안심이 되기에 삼각대를 설치했다.
고원에 너른 대지가 펼쳐져 있는데 장엄하다.
라파스의 하늘은 서서히 어두워졌다.
구름은 어둠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몰려왔다.
그리고 내 우측 옆에서 번개가 번쩍거렸다.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보통 천둥, 번개는 머리 위나 45도 쯤에서 치는데
이곳 라파스 엘 알토에서는 번개가 옆에서 내리쳤다.
가만 생각해 보니 여긴 4100m고원이 아닌가?
날이 추워지고 하늘이 심상치 않음을 느껴
몇 장의 사진만 담고 서둘러 철수했다.
급한 마음에 캐논 24-105 렌즈후드를 잃어버렸다.
아마 지금도 풀숲 한 켠에 있지 않을까?
찾으러 다시 가야겠다. ㅎㅎ
Qhana Pata 역으로 들어서니 2층에는 빈민지역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모습의 푸드코너와 커피숖이 있었다.
푸드코트에는 많은 현지인 가족들이 저녁을 먹고 있었고
우린 커피숖에 자리 잡고 에스프레소를 즐겼다. (1잔에 10볼)
아르바이트 직원과는 말이 통하지 않아 몇 번이나
주문을 바꿨는데도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친절함을 유지했다.
이제 무사히 호텔로 돌아가는 일만 남은 상황
남미에서의 밤길은 가급적 피하는 게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을 때는
타킷이 되지 않도록 길에서 우물쭈물하지 말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내려가는 텔레페리코에는 현지인 젊은 여성과 함께 탔다.
어색함을 덜어보려 알면서도 하차역인 Sopocachi 역을
물어봤는데 역시나 친절한 대답이 돌아왔다.
역에 도착하여 큰길로 나서니 제법 큰 슈퍼가 있어서
물과 샌드위치 등을 사고 택시를 잡는데 쉽지 않았다.
남미에서 택시 특히 밤에 탈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요금바가지는 사람을 해치지는 않지만 만약 범죄자 또는
공모자가 모는 택시라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붕에 표시등이 있는 라디오택시를 타야 한다.
호텔까지는 불과 1.6Km로 가까운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20볼(3,500원)에 흥정을 마치고 무사히 호텔로 돌아왔다.
택시 안에서는 맵스미나 구글맵을 켜 놓고
우리가 지도검색을 하고 있다는 것을
택시기사가 알도록 하는 것이 좋다.
숙소에 돌아오고 불과 수 분 후에 장대비가 쏟아졌다.
비를 피해 다니는 사람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하루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