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청솔원

배흘림 2012. 9. 17. 17:06

 

대한민국 동물복지농장 1호, 하동 청솔원

(2012. 8. 31) 

 

친구 녀석이 뭔가를 털어 버리고 싶었는지 느닷없이 도보여행을 제안해 왔다.

오로지 두 발로 걸으며 지친 마음을 달래고 출구를 찾아 떠나자기에 함께 했다.

 

어느덧 50대 초반, 많이 살아온 것 같지만 우리에겐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

우리들 대부분의 어깨 위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가 앞으로의 고단함을 예고한다.


 

 

 

 

행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방사양계장인 청솔원만 꼭 들러야 할 행선지였을 뿐

시간과 공간의 구속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보고 느끼며 걷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하동과 인접한 남해군을 여행지로 정하고 친구가 가고 싶어하는 청솔원에 첫 날 들렸다.

 

연이어 두 개의 태풍이 지나간 후여서 날은 맑고 길가 감나무의 감이 익기 시작하고 있었다.

다음날 남해 평산리에 갔는데 평산리가 조금 더 따뜻한지 이보다 조금 더 익어 있었다.


 

 

 

 마을 표지석을 고인 돌이 질박하게 멋스럽다.


 

 

 

 야트막한 산 정상에 있는 기암과 나무에서 정기를 받으며 걷고 또 걷고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듯한 우물


 

 

 

 두 번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지만 다행스럽게도 들판에는 벼가 익어가고 있었다.


 

 

 

 

삼복더위는 아니지만 따가운 햇살 아래서 걷기를 4시간여 대략 18~19Km를 걸은데다

마지막 구간이 계속되는 오르막 구간이라 지친 상태쯤에 반갑게 청솔원 입구가 나타났다.

 

청솔원의 입구는 제주도가 연상될만큼 낮은 돌담이 예쁘고 이채로워서 여쭤보니

이 지역에 돌이 많아 청솔원의 정진후 대표가 틈틈이 직접 쌓아 올린 것이라고 한다.


 

 

 

 

방문 전에 약속을 잡는 것이 도리일텐데 사전통보도 없이

등산복 차림의 50대 중년 사내 두 명이 불쑥 들이 닥치니

정진후 대표는 좀 놀라는 표정이었다. 당연하리라


그도 그럴 것이 하동터미널에서부터

걸어 왔다는데 어느 누가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진후 대표는 태풍이 지나간 후라 분주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방문자를 내치지 않으셨고 땀을 많이 흘린 우리를 위해

얼음물까지 직접 챙겨 주시는데 참 따뜻한 분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가 찾아 뵌 목적을 말씀드리니

양계장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질문에 자세한 답변도 해 주셨다.


 

 

 

 

하동청솔원은 대구에서 대형마트를 운영하던 정 대표가 1997년 외환위기 때 사업실패의

쓰라린 아픔을 겪고 고향으로 내려와 재충전과  재기를 꿈꾸고 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히 옆 집 분이 병아리 30마리를 주면서 키워보라고

준 것이 지금의 청솔원을 일구게 된 계기였다고,

닭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키워본 경험도 없었지만 그 수를 불려 6천 수까지 키웠다고 한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정 대표가 계란을 실은 트럭을 직접 몰고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 이틀에 한 번

납품하며 자리를 서서히 잡아갈 무렵까지도 정 대표는 더위와 습기에 약한 닭을

가축으로 여기지 않고 조류로 인식해서 계사(닭장)를 만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닭들은 나무에서 자면서 살았는데 어느날 간밤의 폭우에 비 맞은 닭들이 몰사했다고 한다.

그 혹독했던 일화를 얘기하며 정 대표는 자신의 무지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웃으며 회상했다.

 

그리고 태풍 매미와 루사가 농장을 휩쓸고 지나 갔을 때 계사 주변의 나무들이

강풍에 쓰러지며 계사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서 다시 곤경에 처했었다고 한다.

 

그 후 닭과 가축들에 대한 공부를 하며 양계장을 운영했는데 이후에도 작은 실패를 거듭하다

현재는 2만여 마리의 닭을 방사해 키우는 건강한 양계장을 만들어 재기에 성공했다.


 

 

 

청솔원 계사

 

일반적으로 양계장들은 외부인에게 공개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물며 우리처럼 생면부지의 이방인들에게는 공개를 절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실제로는 운영을 홍보자료처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양계장을 둘러보고 싶다고 말씀드리자 청솔원의 정 대표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앞장서서 안내해 주셨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거침이 없었다.


 

 

 

 

불과 2 년 전까지 친누님이 양계장을 운영했기에 많이 다녀 봤는데

육계가 아닌 양계를 이런 곳에서 키운다니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공장형 케이지에서 길러지는 닭이 99%라고 하는데

이렇게 동물에게도 자유롭게 살 권리가 준다니 참으로 아름다운 정경이다.

 

청솔원은 2012년 7월 11일 농림수산검역본부로부터 동물복지농장 1호로 지정됐다.


 

 

 

 

이제 유럽에서는 닭을 케이지에서 키우지 못하게 하는 법률이 제정됐다고 한다.

참으로 옳은 방향인 듯 싶다. 건강한 철학을 지닌 운영자가 건강한 방법으로 농장을 운영하며

동물에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만 우리 인간들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바짝 가까이에 붙었는데 보통의 양계장과 달리 거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일반양계장은 차를 타고 지나갈 때 창문만 열어도 계분의 냄새에 찡그리게 되는데 여긴 달랐다.


 

 

 

방사장

아침에 닭들을 풀어 놓으면 낮에는 이 곳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물론 달걀도 이 곳에다 낳기에 일일이 사람이 다니며 수거해야 하고

사료도 직접 가져다 날라줘야 하기에 체력과 품이 많이 들어서

보통의 양계장보다 훨씬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반면 케이지의 닭들은 알을 만드는 것에만 몰두하게 하는 시스템이라

달걀의 생산력이 뛰어난 반면이런 방사장의 닭들은 활동량이 많으므로

사료의 소비가 많은 반면 오히려 달걀의 생산력은 낮다고 한다.

 

시진 속의 나뒹구는 나무는 태풍 매미와 루사가 휩쓸고 지나갔을때 나무가 부러지며

계사를 덮쳐서 많은 피해를 줬는데 방사장의 부러진 나무를 치우지 않았더니

나무가 썩으며 그 속에 벌레가 생겼고 닭들이 그 벌레들을 잡아먹는

선순환 식의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홈페이지 : www.chungsolwon.com

주 소 : 경남 하동군 금남면 덕천리 466번지

전 화 : 070)7153-3693, 055) 884-3964

 

 

이 글을 올리는 동안 16호 태풍 "산바"가  제주를 거쳐 육지인 남해로 11시 30분 경 상륙했다고 한다.

갑자기 정진후 대표를 비롯한 농장 정경이 떠오르며 걱정이 앞선다.

모쪼록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기를 기원한다.